자책하는 유형

 


어머니가 예전에 자신은 몸이 아프면 뭔가 혹시 나쁜 걸 먹었는지 조심없는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면 대충 원인을 알고 조심할 수 있다고 하셨던 적이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유형이었던 것이다. 

치매로 많은 능력들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어머니는 아직도 그러하시고 그게 옆에서 지켜 보기에 좀 가슴이 아프다. 오늘 아침에는 은행에 가서 잃어버리신 현금카드를 재발급받고 왔다. 사실 치매가 아니여도 종종 생기는 일이고, 별 일 아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시고 자책하신다. 물론 이전엔 가끔 생기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자주 생기는 일이다. 

매일 어머니가 뭔가 예전에는 쉽게 하시던 일, 예를 들면 은행에서 돈을 찾거나, 저녁식사를 위해서 국이나 찌개를 끓이거나 하는 일들을 실패하거나 망치신 다음에 좌절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걸 자책하고 자신에게 실망하시는 걸 보고 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아직 쉽게 받아들이시지 못 하고 있다. 그저 나도 옆에서 가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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